지난 24일 토요일, 충남 홍성에 다녀왔습니다.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청소년 동아리 <날개>에서 강연을 부탁해 왔어서입니다. 이 동아리에서는 <오리지날 - 오리도 지랄하면 날 수 있다>라는 프로그램으로, 청소년과 인권에 관해 매달 넷째 주에 주제별로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. 그 프로그램 중에 성소수자 부문이 있어 다녀오게 되었습니다.
인권위에서 제작한 <별별이야기2>에 들어간 박용재 감독의 <거짓말>과 얼마전 블로그에서 소개한 윤재상 감독의 <이춘기>를 보았습니다. 원래는 <세 번째 시선>에 들어간 김곡 김선 감독의 <Bom Bom Bomb>도 보는 줄 알았는데, <거짓말>만 본다고 하시더군요. 어쨌건, <이춘기>를 준비해 가길 잘했다 싶었습니다.
박용재 감독의 애니메이션 <거짓말>은 다양한 동성애자 캐릭터를 통해 동성애자들의 삶을 사실에 가깝게 드러내려 한 작품인 듯했습니다. 이번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사무실에서 급하게 봤는데, 재미있고, 그림도 좋고, 장면들도 참 좋았습니다. <이춘기>는 사실 허락 받지 않고 급하게 몰래 튼 것인데, 역시 영화관에서 보는 것보다는 여럿이서 같이 수군덕거리면서 보는 것이 좋은 영화였습니다. 학생들의 그 적극적인 반응이라니. "흐엉 쟤 울어... ㅠㅠ" "꺄악 진짜야? 진짜야?" 뭐 이런 반응들. 그런 적극적이고 집단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영화라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. 정말 멋진 영화인 것 같아요.
준비해 간 PPT를 따라 이야기하다 왔습니다. 커밍아웃한 친구들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와 같은 이야기도 나누고, 행복해지기 위해서 용기를 내자는 이야기도 했습니다. 성소수자도, 성소수자가 아닌 사람들도, 서로가 금 긋고 외면하고 모질게 대하지 않고 함께 근사하게 살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고요.
재미있었던 것은 '동성애자'랑 '동성연애자'랑 어떤 말이 어감이 좋은 것 같아요? 라고 물었더니, 이구동성으로 '동성연애자'라고 한 것이었습니다. '동성연애자'라는 용어가, 동성애자들이 "동성애자가 섹스 또는 연애만을 하는 사람들처럼 보이게 하고, '연애'하지 않고 동성애게 사랑을 느끼는 사람들을 포괄하지 못하게 해 동성애자들을 불편하게 하는 용어"라는 이유로 쓰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. 학생들은 '연애'라는 느낌이 좋은가 봅니다. 사실 저도 '동성연애자'에 대해 꼭 불편해 할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. 예전에는 '동성연애자'라는 말이 타인에 의해 주어진, 편견에 휩싸인 말이었지만, 또 우리 나름의 방식대로 전유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. 아무튼, 그래도 동성연애자라는 말을 쓰지 말자는 것은 일종의 합의인 채로 남아 있습니다.
사진을 찍어 왔으면 좋았을 걸, 깜빡하고 말았네요. 나중에 교육팀에서 혹시 쓸 줄 몰라, 영상만 촬영하고 왔습니다. 애인님이 같이 가서 촬영을 도와주었습니다. 사귄 지 일 주일밖에 안 됐는데, 벌써 서울을 두 번이나 같이 벗어나 고속버스를 타고 왔다 갔다 했네요. 혼자서 강의를 나가다 보면 많이 외로운데, 덕분에 즐겁게 잘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. 이런 염장이라니.
20명 정도의 학생들과 네 분 선생님들이 함께했습니다. 남학생들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오지 못했고, 여학생들만 함께 하게 되었더라고요. 진행을 맡은 친구들만 남학생이 좀 있었습니다. 그런데 이 학생들은 막상 강연할 때는 어디로? ㅎㅎ 10대 총각들과도 얘기해 보고 싶었는데 아쉬웠습니다. 남학생들의 호모포비아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도 많았는데. 그렇지만 여학생들만 있어서 분위기도 부드럽고, 적극적인 모습도 있었던 점도 좋았던 것 같습니다.
선생님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것도 참 소중했던 것 같습니다. 이제까지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이야기할 수 있었던 기회 중에서, 가장 적극적이고 수용적인 모습을 보여주신 것 같아요. 국어과 선생님들이 많아, 반갑게 "저도 고등학교에서 국어과 맡았었어요!" 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.
강연을 좀 줄이고 좀 더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, 준비도 부족하고, 주어진 시간도 많지 않아 조금은 아쉬웠습니다. 다음에는 좀 더 준비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아야겠어요. 여러 지역에도 열심히 다니고요. 여러 모로, 즐겁고 뜻깊은 기회였어요. ^^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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